워싱턴에서 평양까지

(서울-노재완 기자 xallsl@rfa.org)

북한에서는 중요한 교통수단이자 운반수단인 자전거가 한국에서는 건강단련이나 여가를 즐기는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PHOTO-Eric Lafforgue

특별한 수송수단이 부족한 북한에서 한 여성이 자전거에 짐을 가득 싣고 가고있다.

하지만, 2012년까지 서울에 207km에 달하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건설될 예정이어서 자전거가 서울의 주요 출퇴근 교통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자전거를 갖고 있으면 괜찮게 사는 집이라고 할 수 있고, 한마디로 말해서 남자들은 자전거 1대를 구입하는 게 큰 소망이죠. 자전거를 구입하는 것이 남한에서 고급승용차 1대를 구입하는 것만큼, 아니 그보다 더 기쁘게 생각할 것입니다.

북한 주민들이 가장 갖고 싶어하는 물건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탈북 방송인 김태산씨는 주저없이 자전거를 꼽았습니다.

누구나 자전거 갖기를 원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지방 같은 경우 열집에 한집 정도가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한국은 집집마다 거의 자전거를 갖고 있습니다. 20년전만 해도 한국에서 자전거는 지금의 북한처럼 아주 중요한 교통수단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렇지만 대중교통의 발달과 자가용 승용차를 갖는 사람들이 늘면서 자전거는 교통수단에서 점차 건강관리를 위한 운동기구로 그 기능이 바뀌었습니다.

서울 시민들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시민1: 제가 거의 타지는 않고요. 애들하고 동네 공원에 가서 주말에 놀아줄때 그럴때만 조금씩 타고.. 저는 몇 년동안 자전거를 안 탄 것 같아요.

시민2: 집에 동생 자전거가 하나 있긴 있는데.. 가까운 거리는 걸어가는 정도이고, 거리가 좀 되면 버스를 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입니다.

시민3: 주말이나, 야간에 퇴근하고 난 다음에 운동 삼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민4: 일단 자전거가 없고요. (자전거를)탈때는 놀러가서 한강 같은 곳에서만 타고요. 평소 길거리에서 타는 건 10년도 넘은 것 같은데요..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회사나 학교에 갈때 자전거를 이용하는 비율은 서울시가 1.2%,전국적으로도 1.6%에 불과합니다.

이처럼 이용률이 저조한 자전거를 다시 생활교통수단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서울시가 오는 2012년까지 총길이 207km의 자전거 전용도로를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서울시는 우선 도심 차량운행 감축과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들기 위해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원과 지하철역 등에 자전거 주차장을 설치하고 기존도로의 한개 차로를 자전거길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세웠습니다.

서울시 자전거교통추진반 이유국 담당관입니다.

이유국: 과거의 자동차 중심문화로서는 기후변화라든지 교통체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어서 저희 시장님께서 이번에 자전거를 시민의 생활교통수단으로서 이젠 활성화 하자는 그런 취지에서 이번에 마스터플랜을 내놓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개인이 자전거를 타기 위해서 지켜야 할 규정이나 당국으로부터 따로 받아야 할 허가는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다릅니다.

인민보안성에서 발급하는 면허증을 부여받고 반드시 번호판을 달아야 하는 규정이 있습니다.

탈북자 김태산씨의 말입니다.

김태산: 북한에서는 1990년대말 정확하게 말하자면 1997년부터 자전거를 타려면 우선 자전거를 소유했다는 면허증이라고도 하는데.. 그 증명서를 받아야 합니다. 그 받는 것은 인민보안성 산하 주민들 지대에 나와 있는 분주소에 가서 자전거를 끌고 가서...

또한 자전거 운행규칙이라는 것도 있어 평소 숙지하고 있다가 운행 중에 잘 지켜야 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2002년 11월에 발행된 노동신문에 따르면, 자전거운행규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로표지에 따라 정해진 길로만 다니는 것'이며 사람이 다니는 길로 다닐 때에는 지정된 자전거길 또는 보행길 오른쪽으로 다녀야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또 자전거는 한 사람만 타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예외적으로 어린 아이는 한명 더 태울 수 있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노동신문은 또한 멈춤장치와 자전거 종이 없는 자전거는 타고 다닐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에서 가장 인기있는 자전거는 '갈매기' 자전거입니다.

'갈매기' 자전거는 정치범들이 수감돼 있는 유일한 교화소인 함북 청진 수성교화소에서만 특화품으로 생산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장기 복역자들이 생산규정에 맞게 제작하고 품질도 비교적 철저히 관리해 질이 좋은편이라고 탈북자들은 전했습니다.

'갈매기'는 스뎅으로 만들어져 좀 무겁지만, 튼튼해서 주민들 사이에서 매우 인기가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북한민주화위원회 차성주 사무국장입니다.

차성주: 거기에서 만든 자전거는 스텡이라든가 이런 재질을 쓴다든가 제품의 질이 좋고, 좋은 자전거기 때문에 흔하지 않고.. 그래서 북한 보위부 보위원들에게만 공급해주는 자전거입니다.

북한에서 자전거는 한때 남성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미풍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여성들의 자전거 타기를 통제했습니다.

평양출신의 탈북자 김춘애씨입니다.

김춘애: 제가 인민반장으로 있으면서 80년대 중반 90년도까지는 여자들이 자전거 뒤에 타지 못하게 했어요. 그리고 여자들이 자전거 타는 것을 좀 통제했어요. 그런데 90년대 중반부터 식량공급이 끊기고 고난의행군 들어가면서 그때부터는 좀 없어진 것 같아요.

90년대 중반부터 식량난으로 양식을 구하기 위해 먼 곳까지 다녀야 했던 여성들은 당의 지시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고 탈북자들은 전합니다.

그러나 여성들의 자전거 타기는 생존 문제인 만큼 당국의 통제조치가 실제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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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hortwave